지역적 차익거래 (Geographic Arbitrage)

요즘 직구가 인기다. 그러다보니 각종 규제까지 생겨서 이러한 직구의 흐름을 맊으려고 하고 있는데 (미시적 비효율을 막으려고 거시적 효율을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야기는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어간다.

직구에 대한 니즈 급증은 결국 자연에서 보자면 에너지의 위상이 높은 데서 낮은 쪽으로 이동시키는, 즉 분배효율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전문 무역 기업을 통하여만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정보화 덕분에 세계 어디던 간에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더 싸게, 효율적으로 찾아내서 구입하고 배송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명한 현상이다.

예전에 주로 보따리상이나, 해외 물건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각종 상업 행위가 발달하였는데, 관세를 고려하여도 이보다 훨씬 비싸게 팔아 과도한 이문을 남기곤 했는데 이러한 것을 지역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라 한다. 

이는 IT산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해서, 분배효율을 증가시켜 지역적 차익거래를 와해시키는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러한 분배효율을 증가시키는 사업 그 자체를 또 하나의 제품으로 보고, 그러한 사업이 아직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별로 없을때 이를 다른 나라에 먼저 출시하는 Rocket Internet같은 기업도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지역적 차익거래다.

그런데 요즘 한국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보다보면 해외의 정보를 재빨리 번역하여 블로그의 인기나 본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증가시키는데 집중하는, 언어라는 진입장벽/전환비용을 이용한 정보의 지역적 차익거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외국 서적 재빨리 번역하는 역자, 외국 강연 재빨리 자막다는 사람, 외국 뉴스 재빨리 번역하는 기자, 외국 포스트 재빨리 번역하는 블로거 … 등)

의도했던 아니건 간에 본인 역시도 그렇게 해서 원래 블로그에 독자층이 모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영문 블로그를 작성하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손쉽게 따먹을 수 있는 과일(low-hanging fruit)이 없어진 느낌이다.

영문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면 훨씬 공급이 많은 시장에서 또 하나의 공급자이자 생산자로 활동해야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물이 낮은데서 높은데로 흐르지 않듯 꽤나 어려운 일이다. 즉, 본인이 더 고민하고 경험해서 오리지널한 컨텐츠를 생산할 역량이 되어서, 보다 높은 에너지 전위를 가진 상태가 되지 않으면 독자층의 확보는 훨씬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한국의 컨텐츠에 영어 자막을 붙여서 내놓거나, 한국에서 누군가 한말을 영작으로 해서 블로그를 연재해봐야 독자층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여기 진짜 메이저리그가 있음을 느낀다. 글의 수준, 결국 생각과 경험, 인사이트의 종합적 퀄리티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훨씬 높다. 자기 자신이 월드클래스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이 시장에서 밀려나 다시 에너지 위상이 낮은 로컬 마켓으로 회귀하게 된다는 뜻이다.

Author: John

Positive tenacity. CEO at SendBird 💬 The no.1 conversations platform for mobile apps. Investor at Valon Capital. Ex-#1 FPS pro-gamer. ⭐️ Interested in creating scalable impact through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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