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개방경제의 시대

지구의 인구가 늘고 있다. 2014년 한 해만해도 전세계인구는 8천만명이 늘었다. 대한민국이 통째로 하나 더 생기고도 남는 만큼의 사람이 지구에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자라나면 무언가 생산을 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살짝만 되짚어봐도 희소한 자원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공급은 대부분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매년, 매달, 매일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새로운 아티스트가 생겨나며,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고, 새로운 컨텐츠가 창작되고,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 공급(Supply)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생산 활동에는 그 반대편에 그 만큼의 소비 활동이 따라줄 것이라는 전제, 사실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수요(Demand)다.

이 수요의 총 합은 아주 간단하게는 인구수 * 개인의 소비 한계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명이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 볼 수 있는 컨텐츠 량, 들을 수 있는 소리/음악의 양, 할 수 있는 게임의 양, 만들어낼 수 있는 문서의 양 등 여러 방면에 걸쳐서 각각 한계치가 있다. 한 사람의 인지에 필요한 관심 자원, 가처분 소득/자본, 생리적 한계 등의 몇 가지 제약으로 모든 것이 귀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TV 방송은 휴대폰 게임과 경쟁하고, 유튜브 개그 동영상은 인터넷 강의와 경쟁하고, 블로그 및 페이스북 포스트는 책과 경쟁하고, 골목 상권 김밥집은 호텔 코스 요리와 경쟁한다.

문제는 인터넷으로 인하여 배대지/직배 등의 사례에서 보듯 온 세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만든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사용되고,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등, 한 명 한명의 소비자가 점점 더 local supply에서 global supply에 노출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누구나 약간의 노력만 한다면 자기가 돈, 관심 등을 써서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컨텐츠, 제품,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어가고 있고, 결국 공급자 입장에서는 local competition에서 global competition의 환경에 던져지게 된 것이다. 이제는 10억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2000억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경쟁을 해야하고, 동네 구석에서 3대째 김밥과 라면을 팔던 사람이 거대 프랜차이즈로 맛과 질을 보장하며 규모의 경제로 가격대까지 맞추는 거대 기업과 경쟁을 해야한다.

물론 전세계의 73억에 육박하는 인구에는 그만큼 다양한 취향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 중 특정 취향을 가진 단 10만명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유통하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결국은 어느 정도 segmentation을 하고 그에 맞게 타게팅하여 판매를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컨텐츠나 IT서비스처럼 원격 유통이 용이한 (아직 규제/copyright 등으로 인하여 법률적 장벽은 있으나) 것들은 아주 즉각적으로 글로벌 경쟁강도에 노출이 되어 최상의 컨텐츠가 빠르게 소비되고, 그나마 글로벌 유통이 난해한 것들 – 지역내 오프라인 서비스, 물류/배송이 힘든 커다란 물건 등은 잠시나마 지역 경쟁이라는 장벽안에서, 이러한 세상의 풍파를 피할 틈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유통이 빠른 산업은 단기간에 글로벌하게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고, 느린 산업 중 대기업이 들어오기 힘든 fragmented된 산업의 경우에는 이익률 나지 않는 짜잘한 산업으로 쪼개어져 모두가 가격경쟁으로 고생하거나, 거시적 소비 트렌드 변경으로 시장의 수요가 프리미엄으로 상향될 경우에는 순식간에 생산과 품질 관리가 잘 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제품으로 consolidate 되어버린다.

영세 사업자들은 얇은 마진의 생명선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곡예를 하고, 시장에 선도적 위치를 얻은 기업들은 두터운 마진위에 빠르게 독점적 위치를 공고히하려 할 것이다.

이렇듯 경제라는 흐름의 양극화는 개인의 소득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이미 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국경이 사실상 사라져가는 개방경제의 시대에는 이것이 점점 더 피하기 힘들고 과속화되는 현상이 무섭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생존전략은 여태까지의 골목상권 생존전략, 내수시장 확보 전략과는 다른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음에 시간에 (생각이 나면) 이러한 생존전략에 대한 아이디어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다.

지역적 차익거래 (Geographic Arbitrage)

요즘 직구가 인기다. 그러다보니 각종 규제까지 생겨서 이러한 직구의 흐름을 맊으려고 하고 있는데 (미시적 비효율을 막으려고 거시적 효율을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야기는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어간다.

직구에 대한 니즈 급증은 결국 자연에서 보자면 에너지의 위상이 높은 데서 낮은 쪽으로 이동시키는, 즉 분배효율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전문 무역 기업을 통하여만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정보화 덕분에 세계 어디던 간에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더 싸게, 효율적으로 찾아내서 구입하고 배송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명한 현상이다.

예전에 주로 보따리상이나, 해외 물건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각종 상업 행위가 발달하였는데, 관세를 고려하여도 이보다 훨씬 비싸게 팔아 과도한 이문을 남기곤 했는데 이러한 것을 지역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라 한다. 

이는 IT산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해서, 분배효율을 증가시켜 지역적 차익거래를 와해시키는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러한 분배효율을 증가시키는 사업 그 자체를 또 하나의 제품으로 보고, 그러한 사업이 아직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별로 없을때 이를 다른 나라에 먼저 출시하는 Rocket Internet같은 기업도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지역적 차익거래다.

그런데 요즘 한국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보다보면 해외의 정보를 재빨리 번역하여 블로그의 인기나 본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증가시키는데 집중하는, 언어라는 진입장벽/전환비용을 이용한 정보의 지역적 차익거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외국 서적 재빨리 번역하는 역자, 외국 강연 재빨리 자막다는 사람, 외국 뉴스 재빨리 번역하는 기자, 외국 포스트 재빨리 번역하는 블로거 … 등)

의도했던 아니건 간에 본인 역시도 그렇게 해서 원래 블로그에 독자층이 모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영문 블로그를 작성하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손쉽게 따먹을 수 있는 과일(low-hanging fruit)이 없어진 느낌이다.

영문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면 훨씬 공급이 많은 시장에서 또 하나의 공급자이자 생산자로 활동해야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물이 낮은데서 높은데로 흐르지 않듯 꽤나 어려운 일이다. 즉, 본인이 더 고민하고 경험해서 오리지널한 컨텐츠를 생산할 역량이 되어서, 보다 높은 에너지 전위를 가진 상태가 되지 않으면 독자층의 확보는 훨씬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한국의 컨텐츠에 영어 자막을 붙여서 내놓거나, 한국에서 누군가 한말을 영작으로 해서 블로그를 연재해봐야 독자층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여기 진짜 메이저리그가 있음을 느낀다. 글의 수준, 결국 생각과 경험, 인사이트의 종합적 퀄리티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훨씬 높다. 자기 자신이 월드클래스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이 시장에서 밀려나 다시 에너지 위상이 낮은 로컬 마켓으로 회귀하게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