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전 문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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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에서 고문맥사회 vs 저문맥사회라는 개념이 있는데, 한 사회의 문화와 언어가 갖는 표현 방식의 특징을 의미한다. 한국은 대표적인 고문맥사회다. 많은 대화는 함축적인 방식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굳이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눈치와 감으로 대화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김과장이 알아서 잘 해와" “박대리가 적당히 해서 갔다줘" “대표님, 잘 아시면서” 같은 정보량이 거의 없는 대화들이 오가도 어색하지가 않다.

그러나 대표적인 저문맥사회인 미국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하면, 명확하지 않다고 다시금 질문 받기 일쑤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자 하는게 정확하게 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건데?” 같은 도전적인 질문을 늘상 받게 된다. 이러한 문화권 사람들이 건방져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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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맥사회는 구성원의 문화적 다양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이 ‘상식’이라고 받아들일만한 공통분모가 그만큼 적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배경지식에 대한 가정을 하기 어려운만큼, 명확하게(clear) 명시적(explicit)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게 저문맥사회의 특징이 된다. 그래서 what과 함께 문맥이 될 수 있는 why, who 등에 대하여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명료하고 밀도있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된다.

문제는 이러다보니 고문맥 사회에서는,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의전’ 문화가 파생하게 된다. (주로 상사가)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하여 눈치껏 파악하는 것이 능력이며, 명시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편의에 맞춰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 곧 의전이 된다.

물론 미국과 같은 저문맥 사회에서도 의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주로 외교적 매너/프로토콜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외부 문화권 사람들에게 맞추어 배려를 해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의전과, 그 속에서 서로의 향략을 추구하는 선까지 가지 않는 것은, 많은 것이 명료하게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설명될 수 있어야하고, 당사자도 “나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말해야하는데, 대부분의 과도한 의전이라는게 스스로 말하기 영 민망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문맥 사회의 특성이 의전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파생시키게 된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과 같은 다른 고문맥 사회들도 의전 문화가 서구권에 비하여 발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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